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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단비이야기

18주 단비는 사춘기.

18주 단비는 사춘기.







 단비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나 핸드폰을 들이대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달려들거나 외면을 하고 도망을 가지요. 


 "엄마, 왜 나만 이렇게 생겼어요. 나는 엄마랑, 언니랑 생긴게 달라요. "


 저희 집에는 2층 메인 룸의 옷장의 문이 거울로 되어 있고, 현관에 있는 옷장의 문도 거울이랍니다. 거울을 통해 단비는 자신을 잘 볼 수 있는데요. 17주 차 말부터 유난하게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면서 짓더군요. 신음을 하기도 합니다. 네, 아마도 본인이 이렇게 생긴게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싶습니다. 본인 자신이라는 건 알아요. 9주 차에 거울을 보고 짖었던 건. 정말로 다른 강아지 인 줄 알고 짖었지만, 이후 바로 제가 안고, 거울을 봤답니다. 거울 속에 보이는 건. 본인이구나 하는 건 그때 이미 인지를 했던지라, 이후 부터 거울을 들여다 봐도 짖지 않았답니다. 16주 부터는 사춘기가 시작된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거울을 들여다 보는 일을 싫어합니다. 싫어도 2층 방에 올라가면, 거울이 크게 있으니 아니 볼 순 없겠지요. 거울 속. 자신을 보고, 짖고, 신음을 하듯 끄응거리는데, 아마도 "싫어. 엄마랑, 언니랑 나랑 다른 건 싫어!" 하는 것 같습니다. 별 일도 다 있지요.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 해야할까요.


 "단비야, 네가 사람인 줄 알았니? 사람이면, 함께 살기 어려웠지. 집 안에 아무나 들일 수 있니? 네가 이쁜 보더콜리니까. 엄마가 너를 데리고 온거야. 세상에서 최고 이쁘고, 똑똑하고, 착한 강아지! 단비가 되렴!"


 마구 주문을 외워봅니다.  


"엄마, 내가 엄마를 구해줄께요. "


 욕실까지 따라들어오는데, 욕조에 들어가니. 커튼을 쳐도, 나가라 해도 욕조에 두 발을 걸치고 물을 먹습니다. 목이 말라서 먹나 했는데, 계속해서 먹더군요. 네, 단비는 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목욕을 시킬 때 마다 전쟁을 방불하죠. 최소 2명은 함께 해야 합니다. 힘도 좋고, 도망도 잘 가죠. 그리고 제 팔을 물고 잡아 당기네요. 아마도 물 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것 같았죠. 욕조의 물을 빼고, 샤워기를 틀었는데, 이제는 샤워기 물을 얼굴에 맞고 있습니다. 또 뭐라뭐라 하면서 말이죠. 물론 당시에는 단비의 의도나 생각을 잘 몰랐습니다. '애가 왜 이러지? 미친 것 아냐? 애, 저리가!' 하기만 했었지요. 강아지 언어를 잘 못 알아듣는 제 탓 아니겠어요. 네, 언니가 샤워하는 소리에도 끙끙 거리며, 문 앞에서 걱정을 하고 앉아있습니다. "언니, 빨리 나와! 물 속은 너무 위험해!" 목욕이 즐겁지 않은 강아지 입장에서 물은 매우 위험한 존재인 듯 싶습니다. "네가 효녀다!" 방문하신 어느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산책을 가야하니. 강제로 운동도 시키고, 이제는 물 속에 빠져서 어려울 것 같으니까. 이 물을 내가 다 마셔버리겠다며 달려들지 않나. 물고 물 밖으로 나가자 하지 않나 말입니다. 18주 된 강아지가 매우 영리하죠. 물론 요즘에는 물어도 되는 것과 물면 안 되는 가구는 정확하게 구분합니다. 식탁이나, 의자는 안된다 하는 것 알고요. 물론 나무 원목까지! 만들어 준 단비 팬은 물고 뜯고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장난감, 소 발굽, 개 껌, 그리고 유난하게 집착을 보이는 화장실용 플라스틱 발판은 용납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 친구의 한 주 차 정도 나는 보더콜리는 이미 그댁의 식탁다리와 의자 다리를 마구 해드셨다 합니다. 반면, 단비는 정말 똑똑하죠. 하지마라 하니 안 합니다. 신통방통. 기특하지요. 엄마가 싫어하는 건. 안 할거야 하는 걸 아주 잘 압니다.    



"단비야! 오늘부터 다이어트 하자!"



 < 사진은 쇼파 위 쿠션을 유난하게 올라타는 걸 좋아합니다. 하루에 한 두번씩 합니다. 앞 몸을 걸치는 게 편한듯 싶지요.>


 "엄마, 친구네 보더콜리는 이제 10kg이래요." 


 아마, 딱 한주 정도 늦게 태어난 남자강아지죠. 가만, 우리 단비도 그 정도 일 것 같은데, 하다가 직접 체중게로 몸무게를 재봤습니다. 오! 마이 갓! "어머나, 단비야 니네 엄마가 너무 많이 먹였니?" 보더콜리 성견의 경우 10kg ~ 20kg 정도 된다 하는데요. 18주. 4달 반짜리 단비는 조금 무게감이 상당했답니다. 어쩐지 무겁다 했어요. 


 "16 kg! 단비는 돼지네! 단비, 내일부터 다이어트!" 



 단비 탓이겠어요. 준 사람 탓 이겠지요. 그러나 먹을 것 앞에서 너무나 착하고, 선량한 눈빛을 마구 발사하는 단비를 야박하게 외면하기 조금 어렵답니다. 단비는 밥을 70% 정도, 사료는 30% 정도 먹는데요. 야외활동양을 조금 더 늘리고, 밥 양을 조금 줄여야지 하는 중입니다. 어쩐지 다들 "너무 많이 컸다!" 하시더군요. 한국에서 이 크기의 반절 정도만 나가는 개를 키워봤던지라. 애는 좀 크고, 뼈대도 억세다 하고 느낍니다. 매우 활동적이고요. 또 머리도 영리하게 잘 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엄마, 나 잡아 봐라!"



 사람마다 놀아주는 방법이 다른데요. 저와는 '나 잡아봐라!' 하는 게임을 즐깁니다. 무는 척 하고, 코를 제 몸에 가져다 대고, 도망가죠. 그러면 제가 놀란척 하면서 오버엑션을 하면, 또 좋다고 달려와서 또 코를 대 보고, 입도 열어서 쿡하고 찍고 도망가고 하는데, 그러면 또 제가 '단비 잡자!'하고 시늉만 해도 흥미진진. 도망갔다가 다시 쿡하러 달려오고 합니다. 월월 짖으면, 저도 짖는 시늉도 해 주고요. 개와 함께 놉니다. 운동이죠. 하다가 제가 주로 먼저 지치는데, 그만하자! 해도 흥분하고, 좋아서 '오래하자!' 하는데요. 물 먹자 하고 물 먹이고, 흥분을 가라앉히면 흥분이 가라앉습니다. 보더콜리가 장애물 경기. 즉 어질리티를 잘 한다 하는데, 아마도 단비도 매우 잘 할 것 같습니다. 나 잡아봐라 놀이 중. 가구 사이로, 또 이리저리 잘 피해서 잽싸게 전력질주를 하는데, 매우 높은 속도감이지만, 단 한 번도 가구와 책상 사이, 의자 다리 등에 부딪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에어커리지' 공간에 가서 어질리티용 기구를 설치하고, 훈련을 시키면 매우 잘 뛰어다닐 듯 싶습니다. 목양견 답게 잘 뜁니다. 네, 저희 동네에서 산책을 나가면, 이리저리 자유롭게 냄새도 맡고, 참견하고 돌아다니는 강아지는 단비 한 마리 뿐이고요. 대부분 다들 산책을 갈 때는 매우 짧은 줄로 목줄을 하고, 인도 밖을 벗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차분하게 걷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단비는 반면, 뛰다시피 걷지요. 때론 뛰면서! 산책을 나가면, 뒤에서 보는 분들이 '당신이 마구 끌려간다! '합니다. 뭐 그래도 제가 목줄을 잡으면 그나마 차분하게 가는 편이고요. 언니들이 목줄을 잡으면, 전력질주를 많이 하지요. 질주만 하나요. 온갖 참견을 다 하고 지나갑니다. 나무마다. 시설물 마다 다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죠. 이유는 냄새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합니다. 어느 강아지가 지나갔나 하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냄새도 맡아줘야 하고요. 바쁩니다. 



 이 사진은 엄마랑 '나 잡아 봐라' 놀이 게임을 한 바탕 한 후에 아직 흥분한 상태로, 이제 무시로 점프를 해서 쇼파 위로 매우 잘 올라간답니다. 귀가 올라갔죠. 힘을 주면 올라가는 듯 싶고요. 양쪽다 그렇습니다. 귀가 올라가도 이쁠 것 같지요. 제 눈에는 다 이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