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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단비이야기

15주 / 단비는 키친도그!

15주 단비.


오늘이 15주 단비의 마지막 날 이랍니다. 월요일 생인지라, 월요일부터 16주 강아지로 들어가지요.

매우 컸습니다. 외출 후. 들여다 보니. 더 큰 줄 알겠더군요. 거의 매 순간 보면, 성장하는 속도를 잘 알 수 없습니다.


몸은 거의 8주에 왔을 때에 비해 거의 두배는 큰 것 같습니다. 애가 왜 이렇게 컸지? 싶더군요.


너무 많이 먹였나?  


 


단비, 어디까지 따라오니?


네, 화장실 되겠습니다. '제발, 적당히 따라다니자!' 해도, 고집불통 모드. 껌딱지처럼 따라다닌답니다. 

화장실 문을 닫아도, 이젠 문을 손으로 차며 들어오고요. 손으로 차도 문이 안 열리면, 낑낑 거리며 열어달라 성화를 부린답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너무 좋아요. 물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다른 식구들은 잘 물지 않아요. 그런데 제게만 깨물깨물 하려고 한답니다. 엄마가 좋은 거야? 엄마가 만만한거야? 둘 다야?  



"말 해 봐? 단비! 엄마가 너 말하면, 동영상 찍어서 올려줄께!"


가끔씩 '언니!'하는 것 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답니다. 언니들이 학교에 다녀왔을 때, 2층에서 내려왔을 때 마다 반가움에 난리법석. 누가 보면, 한 10년은 헤어졌다 만나는 줄 알겠죠. 그러면서 칭얼거리는 데, 가끔씩 제가 하는 말인 "언니 왔네!" "언니, 언니!" 하는 말을 따라하는 듯. 어떻게 들으면, '언니' 라는 단어처럼 들리는 소리도 나오더군요. 


물론, 믿거나 마시거나! 


무는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덕분으로 마치 사람처럼 '칭얼거림'을 소리내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왕왕 입니다.  


더 잘 들어보고, 정말로 언니라고 하면, 동영상을 찍어 봐야죠. 


단비, 밥 값 벌자! 말만 해! 






 단비는 항상 얌전할까요? 


 천만에 말씀이죠. 15주가 되더니만, 뜬금없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물건에 관심도 두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머리 좋은 보더콜리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하더니만, 하고 싶었던 것. 하지 못하게 했던 것 등을 다 기억하고 있다가 찬스를 노려서 끝끝내 하고 싶은 

짓은 또 하는 듯 보입니다. 네, 휴지를 물고, 미친듯이 놀고 싶었던 적이 많았는데, 매 번 휴지를 잘 빼앗겼었죠. 


 단비, 한번에 한 생각만 하자! 


 반갑다고 달려들때. 반갑다는 표현만 할 것 같습니다만, 동시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한답니다. 머리가 빠르다 하죠. 뭘 그렇게 머리를 쓰나

모르겠어요. 양말을 물고 튀거나, 머리 고무줄을 물고 간다거나, 반가운 건 반가운 것인데, 하나 더 한다 할까요.  


 사고도 같습니다. 빈틈을 공약하라!


 엄마가 다른 걸 하는 줄 알 때. 슬그머니 테이블 위에 놓인 휴지를 발견. 얼릉 물고 튀자 했더군요. 못 본 사이에 아주 즐겁게(?) 휴지 한 통을 물고 뜯고, 난장판을 만들며 놀고 있었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증거사진을 찍자 했습니다. 단비, 딱 걸렸어! 


 4개월이 안 되었는데, 대자 옷을 입는다고?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달러샵에서 사다가 '라지 사이즈'로 티셔츠를 사다 입히니. 얼추 맞습니다. 4달이 안 된 강아지가 라지사이즈. 갑자기 훅 자랐는지. 아니면, 점점 자랐는지. 여하튼 너무 잘 자랐답니다. 

 

 "단비야, 너 얼마나 크려고 그래? 너무 크지는 말자!"


 

 단비는 삐삐머리 ?



 단비의 귀가 서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단비 얼굴을 보면, 웃깁니다. 양쪽 귀가 조금 올라왔고요. 과거처럼 완전하게 접혀지지 않습니다. 덕분으로 조금 웃긴 모양새. 미모가 약간 변했습니다. 마치 짧은 머리를 질끈 양갈래로 묶은 듯. 말괄량이 삐삐같답니다



 

   



 보더콜리는 키친 도그(kitchen dog)로 적당하다!


 네. 주방에는 많은 소음도 나며, 다양한 조리 기구도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좋은 냄새도 납니다. 강아지들은 음식 냄새를 맡을 때. 식재료 하나 하나 고유한 냄새를 맡는다 하더군요. 하나씩 다 분리되어 맡을 수 있다나요. 그래서 그런지 단비는 조리 불판 밑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기다린답니다. 같은 자리에 있기 잘 하기에 방석 하나를 놓아줬지요. 주방은 단비에게 즐거운 장소이자, 고문을 받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먹는 사료 보다 더 훨씬 맛있는 걸 먹는 줄 잘 아니까요. 


 "단비, 맘마 먹자! 밥 먹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말. 귀신처럼 잘 알아듣는 말 중에 하나 되겠습니다. 

  

단비, 첫 점프를 하다!


15주 차 진입하자 마자. 높이를 올린 쇼파에 거뜬하게 뛰어 올라가고, 그 쇼파 위에서 언니와 함께 낮잠을 자기도 하더군요. 그러더니만 엄마가 외출한 사이. 엄마의 컴퓨터 책상 위에도 올라갔다 하더군요. 점프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고 실력도 늘것 같습니다.






큰 언니의 10년 된 강아지 인형 강탈하기!


사실 큰 언니의 방은 들어갈 수 없는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만, 엄마가 문을 연 순간 함께 따라 들어가 언니가 아끼고, 데리고 잠을 자는 강아지 인형을 강탈해 물고 내려와 신나게 물며 놀더군요. "단비야, 언니가 알면, 너 혼난다!" 옆에 있는 작은 인형에는 관심이 없고, 가장 큰 인형만 물고 다니며 저리도 난리를 치더군요. '언니가 토끼인형 한 개 줬는데, 그걸로 만족이 안 되니?' 지금도 사실 호시탐탐. 언니 방문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고, 찬스를 노리고 있답니다. "단비, 언니 깨워!" 하며 아침마다 조금씩 나름의 훈련을 시키고 있답니다.    


 

언니들에게 귀염둥이로 자리하기!


 네, 사실 강아지를 키우자 했던 여러가지 이유 중. 아무래도 형제가 없는 아이에게 자신이 보살펴야 할 존재를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좋겠다 했었습니다. 형제 없이 홀로 자란 아이 특유의 강한 나이스한 매너, 독립성은 무척 좋은데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조금 냉정할 수 있고, 상대방을 보살피는 힘. 내 것을 조금 나누는 일에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지라, 어린 강아지를 들이며 강제적으로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저런 부분들을 경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내심 기대를 했었답니다. 빙고! 


 저희 아이나, 홈스테이 중인 학생이나 모두 다 형제도 동생들이 없는지라! 


 서로가 정을 나누고, 보살피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부모로 부터 항상 독점적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다 해도 과언은 아니죠. 그런데 강아지를 돌봄. 산책도 함께 하고, 밥도 챙겨주고, 간식을 주면서 훈련도 시켜보고, 빗질도 해 주고 하면서 놀아주며 심지어 단비가 사고를 친 것들을 처리도 하면서 사랑하고, 보살피는 일을 경험할 수 있었지요. 나름 매우 긍정적인 효과 아니겠어요. 또 이 두 언니들이 2층에만 올라갔다 와도 마치 10년 만에 본 사이처럼 너무 반갑다며 꼬리치고, 달려들고 하면서 이뻐해 달라. 놀자 하는 단비의 순수한 표현과 애교는 온 가족에게 듬뿍 사랑을 받고 있는 단비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모든 가족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물하고 있다 판단합니다. 


 저희 아이 말을 빌리면...


 엄마가 단비 때문에 본인에게 관심이 조금 덜 가서 한편으로 좋고, 한편으로 조금 서운하다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