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더콜리, 단비이야기

8개월(33주) 보더콜리 단비 이야기

8개월 보더콜리. 단비 이야기



"엄마, 나왔어요?"


 8개월 보더콜리. 단비랍니다. 33주 차 단비랍니다. 문을 열고 나오니. 저렇게 앉아있네요. 귀여워서 한 컷. 엄마를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소식이 뜸 했지요. 그간 소식은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단비는 이후 약 2번의 사춘기를 겪는 듯 싶었어요. 중간에 더욱 얌전해지고, 알아듣는 말도 많아지고, 그리고 다시 8개월 차에 겪는 사춘기를 앓고 있습니다. 호르몬이 날뛰는 시간이다 하지요. 절대 건드리지 않던 생활물건을 물어보는 등. 나름 새로운 도전정신이 발동하는 듯 싶답니다. 고장난 가습기 코드를 다 물어뜯어 놓아서 큰 소리로 타박도 들어봤고, 가지고 놀던 인형이란 인형은 모두 코나 눈 주변을 뜯어내 솜을 밖으로 꺼내 씹고 다니는 등. 얌전하게 놀던 시절은 아닙니다. 물론, 애견인들이 궁금해 하실 만한 부분 중. 여자 강아지라서 성견이 되어갈 무렵에 진행되는 일처리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 집 단비는 사람들 모르게 매우 깔끔하게 본인을 잘 관리하더군요. 네, 매우 영리하고, 그리고 매우 깔끔합니다. 보더콜리는 생후 8주 안에 본인 엄마개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데, 본인 관리 및 아기 강아지를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해서도 잘 배워온 듯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단비가 엄마개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잘 몰랐답니다. 티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단비야, 안개때문에 못 나가. "


 삐짐 중인 단비의 모습이랍니다. 눈 빛이 반항적이죠. 강아지도 다 표정이 있답니다. 감정대로 표현한다 할까요. 지난 주. 토요일 오전. 안개가 무척 많았어요. 산책을 가자 하고, 창 밖을 보니 안개가 뿌옇게 끼어있었고, '안돼. 단비 산책은 점심 먹고 나가자. 안개 때문에 못 나가. 착한 단비지' 하니. 고개를 팩 돌립니다. 안 착하답니다. 아니 착하기 싫답니다. 현관 앞에 와서 혼자서 시위를 하네요. 옹알이를 하듯 끙응 거리며 감정을 표현한답니다. 가끔씩 "엄마!"라는 말을 하는 듯 한 소리음을 내기도 하지요. 믿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단비로 인한 즐거움이란,


 단비를 양육한다는 건. 아무래도 보살피고, 관리하는 일이 듭니다. 그런데 단비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답니다. 저희 자녀의 학교에서 큰 시험을 볼 때면, 교장선생님이 지역의 애견인들에게 아주 특별한 '봉사'를 요청하십니다. 공공장소인 고등학교에 주로 큰 대형견을 데리고 와 줄 것을 부탁하시는데, 물론 훈련이 잘 된 개들을 초청합니다. 이유는 학업스트레스 즉 큰 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기 위해서 즉 긴장을 덜어내 주는 역할을 성격좋은 개들을 보고, 만지고, 쓰다듬고 그리고 함께하면서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정말로 매우 좋은 능력 많은 노련한 나이 많은 교장선생님이시네 했습니다. 같습니다. 저희 집에는 저희 자녀나 또 함께 하고 있는 학생들 모두 학업을 열정적으로 한답니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 보면, 학업이 항상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어찌보면 외로운 길 아니겠어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열정적으로 학업을 하는 학생들인데요. 잠깐 잠깐씩. 1층에 내려오면, 항상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고, 반기고, 다가와 애교도 피우는 단비를 보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또 언니 따라갔다 와 하면 또 따라올라가서 언니 옆에 가만히 앉아서 잠을 자고 온답니다. 덕분으로 쓸데없는 긴장도 풀고, 하루에 열두번을 만나도 항상 반갑다 하고 반기고,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너무나 솔직하게 좋아하는 감정을 들어내는 강아지와 함께 뒹굴고, 웃고, 떠들고 하다보면 어느 사이 정서가 순화되어진다 할까요. 강아지라서 그리고 약 한달 정도 진행된 털갈이 중이고, 하필 그것이 8개월 성장기와 맞물리니. 처음 느껴봤던 청소기를 많이 애용해야 했으며, 몇 마리 분의 강아지가 빠져나간 듯 털을 빗겨내야 했습니다만, 단비가 주는 좋은 영향. 기쁨과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엄마, 사람도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매일 마다 매 순간마다 죽은 세포가 나와요! 단비 털 빠진다고 너무 구박하지 마세요."


네, 뭐 까짓 옷에 묻은 단비 털 정도야. 잘 떼고,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살면 좋을 일 아니겠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