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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단비이야기

단비는요. 규칙과 원칙 변경은 매우 싫어요./9주

 엄마, 아직 모든 가족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이틀 전. 딱 입양해서 만 일주일. 이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하루가 마치 1년 처럼 느껴졌답니다. 단비가 온 이후로 '어제는 어떤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 할까요. 매일매일 다이나믹 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 일요일 오후부터 산책은 매일마다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모든 가족과 함께 산책을 가면, 잘 따라 나서지만, 일부 가족만 참여하면, 드라이브 웨이 중간에 딱 멈춰서 요지부동 모드. 어르고 달래도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딱 배를 깔고 누워서 쳐다보고, 누가있나 살펴봅나다. 아마도 '아직 모든 가족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하는 얼굴이더라 할까요. 


 마음이 약한 엄마인 저는 끌어내지 못하고, 안고 갔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아오는 코스. 즉 집으로 올 때만 내려놓고, 가자 하니. 집에 가자는 말은 귀신처럼 잘 알아듣는지. 혹은 낯선 길 안에 있는 것 보다 집으로 가는 게 낫겠다 혹은 길을 가는게 낫겠다 싶은지. 그제야 따라 나서기도 한답니다. 



 "엄마, 나는 두 달 조금 넘은 9주 차 아기 강아지 이거든요!"

 


 '단비! 산책 가자' 벌떡 일어나서 씩씩하게 걸어가면 좋으련만! 물론 이는 인간의 성급한 요구조건일 뿐이겠지요. 사실 단비는 9주차 이지만, 크기는 보통 소형견의 성장된 크기 정도 됩니다. 그래서 자꾸만 착각을 하게 된다 할까요. 이미 다 자란 성견 처럼 인식이 되니. 성견으로 성숙한 태도와 인내심 그리고 이 정도는 갖고 있겠거니 하는 식으로 착각을 하고, 단비가 매우 미성숙한 태도를 보일 때면, 화들짝 놀라게 되고, '애가 왜 이러지?'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또 '아, 맞다. 애는 아기지. 두 달 밖에는 안 된거지.'하고 정신을 차리자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9주차 보더콜리. 단비 입장에서 살펴보면, "엄마, 엄마는 너무나 많은 걸 나에게 요구하고 있어요!"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성을 해야 하겠지요. 



  단비는요. 규칙과 루틴 변경은 매우 싫어요. 

 


  단비를 잘 살펴보면, 역시 수동적 공격형 성격이다 판단이 드는데, 이유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대로 루틴으로 지키려고 하는 습관'이 매우 강한 강아지다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엄마랑 산책에서 돌아오면, 뒤 뜰에 나가서 물도 마시고, 용변도 보고, 뛰어 놀다가 집 안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고요. 그런 일은 꼭 엄마랑 해야지. 다른 가족과 하는 건. 불편합니다. 다른 가족이 보고 있으면, 성질을 내더라 할까요. 좀 당혹합니다. 동네 산책도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게 좋고요. 길도 가본 길만 가면 좋아요. 잠을 잘 때도 일단 엄마 침대 위 이불 위에서 잠시 누웠다가 다시 제 방석 위로 내려올께요. 네, 이런 규칙이 어느 사이에 생겨버렸는데, 이 루틴이 지속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짙거나, 하울링 및 심지어 고집을 피우듯 화를 내기도 하고, 무는 흉내를 내다 두렵고, 흥분하면 정말로 물기까지 한답니다. 규칙대로, 해 본 경험대로 루틴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안하다. 겁난다. 불편하다는 뜻 아니겠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만, 새로운 건. 불편하고, 불안한 것으로 인식을 잘 하는 단비의 성격이 조금 힘들게 합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개도 성격이 다 다르다. 



 네, 제가 지금까지 총 4 마리의 강아지를 길러봤습니다만, 덩치가 가장 크고, 그리고 가장 겁이 많은 강아지는 단비다 합니다. 그래서 오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군요.